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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행의 작품(양지모 원작, 류성 연출) <악의 얼굴>에 출연 중인 서민균배우를 만났다. 극단 76단의 소속이며 <관객모독>의 대표 배우다.
Q. 최근 악의 얼굴에 출연하고 있는데 어떤 작품인가?
ㄴ '악의 얼굴'은 지난 11월 '창창창 페스티벌'에서 처음 선 보인 작품인데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서 재공연을 하게 되었다. 대학로 마리카 3관에서 12월 25일까지 한다. 양지모 감독의 동명의 단편영화가 원작인데 사실 영화의 모티브만 가져왔을 뿐 거의 새롭게 재구성을 한 작품이다. 극이 진행되는 중간에 배우들이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나와서 학창시절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자신의 폭력성에 대해 털어놓는다. 그러한 사실적인 인터뷰가 극 중간마다 삽입되는 독특한 구성을 가진 작품이다.
사실 나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단편영화에 대부분 출연했던 배우들이라 원작의 메시지를 잘 알고 있다. 재창작하면서 연극이 가진 공간의 한계성 때문에 표현해 내기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한정된 공간에서 보여주는 것이 극의 내용에 대한 관객의 집중력을 이끌어내는 요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는 극 중에서 '악의 얼굴'이라는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선생으로 나온다. 하지만 가르치는 교과목에 대한 언급이나 구체적인 설정이 거의 없다. 그래서 다소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캐릭터이다.
▲ 배우 서민균 |
Q. 직업 배우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나름의 방법론이 있다면
ㄴ 많은 대학로 배우들이 생계를 위해서 공연과 알바를 병행하며 살고 있다. 그에 비해 나는 대학로에서 20년 넘게 배우생활을 해오면서 거의 알바를 병행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배우로서 생계를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일단 적극적으로 알바를 구하지 않았던 내 게으름이 원인이었던 것 같고 또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자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서 그럭저럭 배우생활로만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Q. 76단 소속으로 했던 주요작품은?
ㄴ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76단의 대표레퍼토리인 '관객모독'을 11년째 같은 역으로 하고 있다. '관객모독'은 1978년에 초연된 작품이다. 기주봉 선생님이나 정재진 선생님을 제외하면 내가 가장 많은 회차를 했을 것이다.
Q. 경력이 많은데 연출을 고민하거나 극단을 결성해볼 생각은 안 했는가?
ㄴ 시도가 있었다. 배우라는 직업에서 가장 힘든 것이 생계문제보다 캐스팅에 있어서 수동적인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점이다. 배우들은 자신들에게 캐스팅제안이 뜸해졌을 때 직접 글을 쓰거나 연출을 해서 작품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04년도 즈음에 마음에 맞는 동료들끼리 배우집단 '옥타브로'라는 팀을 결정했다. 화술의 극대치까지 가보자라라는 의미였고 우리의 기량을 한 옥타브 한 옥타브 높여 나가자 라는 취지로 만들어보았다. 사실 그때 내 집이 옥탑방이었기 때문에 장난삼아 지은 이름이기도 했다. 이 모임은 스터디 그룹 형태로 출발하였는데 배우들이 평소에 캐스팅되는 것과는 반대로 배우들이 중심이 되어 작품에 맞는 연출을 섭외하여 실제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 연극 '악의 얼굴' 중에서 ⓒ 극단행 |
Q. 작업을 할 때 연출이나 작가와 의견이 부딪힐 경우 어떻게 하는지
ㄴ 우선 작가나 연출자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고민한 부분을 다양하게 제시하며 연출자의 동의를 구해낸다. 작가나 연출자가 신인이어도 대본이나 작품구상에 대해 고민을 배우보다 먼저 하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연습 초반에는 작품에 대한 내 논리를 그들과 대적하긴 힘들다. 난 연습 초반에 대본을 받으면 하루에 10번 정도는 읽는다. 열흘이 되면 100번쯤 읽게 된다. 그러면 비로소 비어있는 부분이 보이고 내가 생각한 것을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다. 이렇게 하다 보니 특별한 갈등은 없는 것 같다.
Q. 배우냐 스타냐를 놓고 택한다면?
ㄴ 데뷔 초반에는 사실 스타가 되고 싶었다. 그 시기가 지난 이후에는 진정한 배우의 삶을 지향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유명인' 소위 말하는 '스타'가 되고 싶다. 하지만 어릴 적에 생각하는 스타의 개념은 단순한 유명인이라면 지금 되고 싶은 스타의 개념은 내 말에 힘이 실리는 사람이다. 그것을 통해 연극계의 환경을 변화시키고 싶다. 내 주위에도 좋은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 영화 '하프'중에서 |
Q. 대한민국에서 배우로 살아가기가 특히 어려운 것 같다. 사회구조나 공공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ㄴ 요즘은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 배우들의 어려움은 사실 어느 정권 때나 비슷했다. 사회구조나 공공기관의 문제를 지적하기 이전에 배우들도 수동적인 삶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간 예술인의 복지가 늘어났지만, 배우가 받는 혜택은 작았다. 지원금의 제도도 단체의 창작중심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단체가 지원금을 받는 데 있어서 배우가 체감하는 지원은 별로 없다. 그리고 늘 받는 단체만 받게 되는 불평등이 심하다. 이것을 배우 전체에게 돌아갈 수 있는 보편적 복지형태로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배우를 희망하는 후배들이나 대학로 신인배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ㄴ 입문하려는 신인들에게 '하지 마라'라는 말을 먼저 한다. 이 말의 속뜻은 '견딜 수 있겠느냐'라는 의미이다. 배우는 기다림이다. 노래나 춤에 비해 연기는 배워서 느는 속도가 더디다. 그만큼의 자기성찰의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이다. 이 말을 듣고도 견디고 기다린다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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